지난 4월 19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응답없는 인수위를 향해 550명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하였다.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관계 공무원, 정보관들의 사탕발림에 현혹되지 않은 채, 여론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든, 우호적이지 않든 상관없이 부모들은 서슬 퍼런 공권력을 상대로 매우 외로운 ‘저항권’을 행사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두 번 다시 그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피붙이에게 가하는 살인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말기 암환자인 어미로부터 발달장애가 있는 그의 딸이 피살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살인자는 어미인가? 말기 암으로 인해, 자신이 세상과 작별한 후, 물려줄 것이라곤 오직 ‘돌봄없는 노숙자’로서의 상황만이 기다리고 있는 이 땅의 어두운 그림자인가?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어느 개인의 문제, 안타까운 가정사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적으로 공적 자원을 활용하여 ‘돌봄서비스’, ‘주간활동서비스’, ‘직업훈련 서비스’, ‘여가문화 서비스’ 등을 제공하였다면 살인자 어미는 자식을 해하는 극단적 선택이 아닌 자식보다 ‘단 1분, 1초’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어 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데, 그러기 위해 교육받고 싶다는데, 나의 자녀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권을 부여해달라는데, 우리를 통해 선출된 권력들은 신·구 할것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지난 5월 3일자에 발표된 ‘차기 정부의 110가지 국정과제’ 중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을 평가하고,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를 확충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인수위는 오롯하게 구색만을 맞추기 위한 가시적 연출을 도모하였으나, 최중증 발달장애인 관련 사안은 이미 광주에서 '광주형 시범사업'이란 이름 아래 2024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전수조사는 내년에 추진하기로 이미 계획이 짜여 있는 바, 문제 사안의 깊은 고민없이 기존의 정책들로 입막음만을 시도하려는 이른 바 ‘꼼수’로 밖에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미필적 고의’라는 어의를 아는가? 이후의 상황이 빤히 예단됨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있다. 방조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 발달장애인의 처참한 상황을 연출시키고 있다.
이에 본 필자를 비롯한 경기도 고양시 내 장애인 자립생활 진형의 수많은 활동가들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일련의 노력들에 대해 적극 지지함을 표하는 바이며, 이에 대한 차기 정부 차원의 실효성이 담보된 답변 및 계획을 요구하는 바이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하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 발달장애인의 주체적 자립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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