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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뉴스 시청각장애인만의 ‘드림위드앙상블 제7회 정기연주회’ 리뷰

관리자 2023년 09월 14일 17:17 조회 170

드림위드앙상블의 ‘제7회 정기연주회’.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드림위드앙상블
드림위드앙상블의 ‘제7회 정기연주회’.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드림위드앙상블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공연장에서 공연이나 뮤지컬을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무대 위의 배우나 연주자들이 잘 보이지 않을 테고, 또 그들이 보여주는, 들려주는 예술적 소리를 듣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예술단체의 정기연주회만큼은 꼬박꼬박 가서 관객석의 한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곤 한다.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전문 연주단체인 ‘드림위드앙상블’의 정기연주회다.

지난 12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드림위드앙상블의 일곱 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돌이켜보면 이번 일곱 번째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그동안 총 네 번의 정기연주회에 출석 도장을 찍고 왔다. 절반을 넘게 갔으니 이 정도면 드림위드앙상블의 찐팬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고백하면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연주하는 클라리넷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옥주 드림위드앙상블 이사장님이 늘 ‘관찬 지정석’이라고 정해주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무대 위를 뚫어져라 보고 있노라면, 클라리넷 연주 소리를 듣지 못해도 나만의 방식으로 드림위드앙상블의 정기연주회를 즐길 수 있다.

우선 맨 앞자리에 앉으면 단원들이 연주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저마다 연주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곡의 어느 특정 부분에서 감정을 넣기 위해 허리를 숙여 클라리넷을 연주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단원도 있다. 그리고 정기연주회 때마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원이 있으니, 바로 오희망 씨다.

단원들이 클라리넷 연주를 할 때 반원으로 둥글게 벌려 서는데, 오희망 씨가 관객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연주가 끝나면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정말 ‘멋지게’ 관객들을 향해 인사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곡 연주가 끝나면 무대 중앙으로 씩씩하게 나와 관객들의 박수와 열렬한 호응을 유도하는 제스처를 보여준다. 내 저시력으로도 충분히 오희망 씨의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덕분에 나도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박수를 치고 즐거워한다.

모든 연주자들이 연주회를 거듭할수록 쌓은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점점 여유 넘치고 자신감 있는 무대 위의 모습이 느껴져서 괜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또 이렇게 매년 발전하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의 소식을 꾸준히 접하고 정기연주회에 함께할 수 있어 참 감사한 하루였다.

예술의 전당, 그리고 드림위드앙상블

예술의 전당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 보고 싶은 곳이다. 당연히 나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 막 첫 연주회를 앞두고 있는 새내기에 불과한 처지이기에 갈 길이 멀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하지만 드림위드앙상블 덕분에 예술의 전당을 방문하는 호사를 누리게 되고 ‘나는 연주회를 이렇게 하면 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발달장애와 시청각장애가 분명히 다르기에 연주하는 예술에 대한 가치와 접근도 달라진다. 하지만 음악, 더 나아가서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매번 정기연주회에서 느끼곤 한다. 특히 이번 일곱 번째 정기연주회가 그랬다. 수많은 노력과 연습의 시간, 거기에 다른 연주단체와의 협연까지. 이 모든 과정을 소화해내면서 그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하지만 어렵고 힘들더라도 연주자들의 표정은 분명히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했으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들이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통해 예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정기연주회 관객석을 채운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행복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끝자락에 드림위드앙상블의 일곱 번째 정기연주회는 내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의 어느 날, 나도 연주회를 한다. 그것도 생애 첫 번째 연주회다. 긴장되고 떨리고 걱정되고 그런 감정들이 뇌와 가슴 속에 가득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처럼 무대에 올라선 그 순간에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미소가 가득할 것이라고.

벌써부터 드림위드앙상블의 여덟 번째 정기연주회가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동안 나도 연주회를 거듭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언젠가는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를 하게 될 날이, 그리고 드림위드앙상블과 어떤 모양으로든 함께 무언가를 시도해볼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