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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제9회 일상 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⑥

관리자 2023년 09월 14일 17:16 조회 164

밀알복지재단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최근 ‘제9회 일상 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진행, 기존 일상부문에 고용부문이 추가됐다.

공모전 결과 이음미 씨의 ‘빙산의 일각’ 일상부문 대상, 박수현 씨의 ‘우리의 삶이 해석되는 순간’ 고용부문 대상 등 총 30개 입상작을 선정해 시상했다.

입상작 중 대상 2편,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15편을 소개한다. 여섯 번째는 고용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인 유태경의 ‘나의 비밀 보물’이다.

나의 비밀 보물

유태경

나의 비밀 보물, 오빠에게

오빠 안녕. 맨날 소리만 지르고 항상 오빠를 구박만 하는 못된 동생이야.

나는 편지 쓰는 걸 참 좋아하는데 오빠한텐 한 번도 쓴 적이 없더라. 주변 사람들한테는 항상 길게 편지를 쓰곤 했는데 오빠 생일에는 선물만 틱 던지고 말았지. 누구보다도 오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매번 마음속으로만 하고 안 좋은 소리만 했던 기억들뿐이라 이렇게 한 자 한 자 적어봐.

날이 덥던 춥던 항상 6시 30분에 일어나 7시에 문밖을 나서는 오빠를 볼 때마다 존경스럽고 대견했어. 나는 항상 아빠가 깨워주는 소리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나가곤 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회사에서 만들고 남은 빵들, 잘못 만든 빵들을 한 아름 안고 7시에 집에 들어오는 오빠를 볼 때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처럼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물론 너무 자주 먹어서 질린다고 한 소리 하곤 하지만 오빠랑 오빠 친구들이 만든 빵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흔한 직장인들처럼, 회사 가기 싫은 날들도 있을 테고 늦잠도 자고 싶을 텐데 일이라고 하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실하게 임하는 우리 오빠.

사회는, 국가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빠가 인지적인 측면 특히 사회정서적인 측면에서 평균 이하라는 이유로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라고 봐. 보살핌이 필요하거나 어떤 일을 제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오빠는 나에게 있어 평균 이상의 사람이야.

공감 능력은 부족하지만,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지. 오빠 별명이 인간 내비게이션이잖아.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서툴지만, 친척들에게 안부 연락은 꼭 잊지 않고 하는 효자지.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손주들 중에 오빠를 가장 좋아하잖아. 마지막으로 오빠는 오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지만, 굉장한 미식가라 맛있는 음식, 맛없는 음식은 아주 기가 막히게 구분하지. 외식할 땐 오빠가 가자고 하는 곳이 최고야.

사실 나는 이렇게 오빠를 평균 이상의 사람으로 보고 있지만, 오빠가 나만 아는 비밀 보물인 거 같아 속상할 때도 많아. 오빠는 자동차도 좋아하고, 기차도 좋아하고, 운전도 하고 싶어 하지. 인간 내비게이션이라는 말처럼, 지하철 노선도 빠삭하게 외우고 있잖아. 하지만 성인이라면 누구든 배워서 취득할 수 있는 운전면허 자격증, 오빠에게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 현실이 속상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 ‘오빠는 운전면허를 딸 수 없어.’ 라고 말했을 때, 속상해하는 오빠의 눈동자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던 걸 후회했어.

물론 오빠는 지금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인 베어베터에서 빵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을 5년 넘게 하고 있지만, 가끔 ‘오빠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억지로 다니는 건 아니겠지?’ 이런 고민들을 하곤 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는 오빠가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회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빠랑 최대한 열심히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곤 해. 조금은 서툴지만 그런 작은 실수들이 허용되는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 오빠를 보면서 이런 공간을 마련해 준 사회에게 감사한 마음도 가득해.

아 맞아! 내가 최근에 아르바이트하는 곳에도 장애인 친구들이 일하는 카페가 있어. 사람이 많은 점심시간이지만 실수 없이 음료를 척척 만들어내는 모습들을 보는데 그분들이 참 대견스러우면서도, 오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오빠도 오늘 하루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 하면서 말이야.

앞으로 오빠가 일하는 곳처럼 그리고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장애인 친구들이 일하는 카페가 있는 것처럼 이런 공간들이 많아져서 장애인, 일반인 구분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

나는 나에게 특별한 오빠가 있었기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 누구보다 다채롭거든. 그래서 엄마는 가끔 오빠라는 짐을 나에게 줘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 오빠가 있어 얻은 게 훨씬 많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 그리고 내가 느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경험하면 보다 더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

그리고 오빠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리고 사회가 허용하는 선에서 오빠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최대한 누릴 수 있게끔 노력하고 싶어. 오빠 덕분에 내가 얻은 게 많기 때문에 더더욱! 저녁 먹을 때 오빠가 수저 놓으라고 화만 내고, 내 방 함부로 들어온다고 윽박지르는 동생이지만 나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엄마, 아빠 다음에 오빠의 보호자는 나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오빠는 내 비밀 보물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오빠니까 마냥 두렵지만은 않아.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오빠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

이번 주도 일하느라 고생 많았어.

날도 덥고 습한데, 이번 주말에 오빠가 좋아하는 카페모카 마시러 카페 가자. 대신 체중조절 해야 하니까 휘핑크림은 빼고! 많이 사랑해.

더운 여름날, 못된 동생이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