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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뉴스 차별·혐오가 있는 사회, 피해의식 부추겨

관리자 2022년 01월 20일 14:05 조회 503

차별·혐오가 있는 사회, 피해의식 부추겨

개인의 노력, 차별·혐오 없애려는 사회 노력 병행돼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20 13:51:51
피해의식을 거부함을 상징하는 주먹 표시.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피해의식을 거부함을 상징하는 주먹 표시. ⓒPixabay
8년 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중증장애인 A씨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위탁으로 대한장애인수영연맹에서 운영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 기초종목 육성사업’ 장애인수영 부산지역 전담지도자 재임용에서 배제되었다는 소식을 봤다.

한 면접위원이 A씨에게 2020년부터 지금까지 기초종목 육성사업 전담지도자 채용 면접에 응시했으나, 불합격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단다. A씨는 채용위원으로부터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했고, 이에 해당 위원은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에 대한 피해의식이 큰 듯하고, 이런 사람은 지도자로 부적합하다고 장애 비하 발언을 했단다.

다른 면접위원은 장애인이 물에 빠지면 지도하다가 같이 빠질 수도 있다고 발언해 A씨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장애인수영 전담지도자 공개채용은 총 3명이고 A씨 포함해 지원인은 2명이었으나,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최종적으로 A씨를 불합격시켰다.

이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면접위원이 장애인차별금지 원칙에 따라 장애를 고려한 업무적합도 판단 목적이 아닌 장애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직접차별행위를 행하며 재량권을 남용하였기에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다며, 취소해야 한다고 장애계언론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으며 사실은 좀 어이없었다. 장애가 있다고 피해의식이 있는 건 아니다. 내 주위엔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어울리려는 장애인들도 많다. 이들에게 피해의식이란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장애 자체보다는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으로 인해 장애인에게 피해와 불이익을 준다면, 피해의식을 갖게 되는 장애인이 생길 순 있다고 본다. 개인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은 장애인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장애가 있으면 피해의식이 당연히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자 차별이라 본다.

장애를 이유로 전담지도자 채용에서 불합격된 A씨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상대로 행정심판소송을 걸었다. 위 사진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이트.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이트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를 이유로 전담지도자 채용에서 불합격된 A씨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상대로 행정심판소송을 걸었다. 위 사진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이트.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이트 캡처
그런데 한편으론 나한텐 피해의식이란 단어는 그냥 넘길만한 단어가 아니었다. 스포츠문화센터에서 일본어를 배울 당시였다.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 일본어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말했는데, 일본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표현에 문법과 맥락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어 강사가 그렇게 공부하면 실력이 안 는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고 있던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여사님뻘 되시는 학생분들이 내가 말하는 게 우꼈는지 웃음소리를 냈다. 강사에게 지적질을 받았던 데다, 웃음소리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내 약점을 보면서 비웃는 것 아냐?’

이 감정을 강사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이분들은 그런 의도에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의도에서 웃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강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대하는 것이 어렵고 결국 관계는 멀어질 것이라고 강사는 말했다. 그 강사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이해 갔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과거의 나 자신이 떠올랐다. 아직까지 농담, 진담이 잘 구분되지 않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예전엔 더 심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나의 특성 가운데 하나다. 초·중·고 시절 아이들은 나의 이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나를 보며 비웃거나 놀리고 심지어는 괴롭히기까지 했다. 왕따도 당했었다.

그래서 우스꽝스럽지 않아야 괴롭힘이나 놀림, 비웃음 등의 차별을 받지 않는단 생각이 학창시절 때부터 생겼던 것 같다. 의도치 않았는데 누군가 나의 행동,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웃으면, 그 사람의 의도를 물어보기 전에 어리석고 한심해서 나를 비웃는 건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내 마음에서 버릇처럼 불쑥불쑥 나오곤 한다.

또 한 번은 내 얼굴 보고 어리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어리다고 말하는 건 나를 어린애 취급하고 모자른 사람처럼 여기는 거 같아 기분 나빴다고 그 사람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가족들, 주위 사람들한테도 배려 잘못하고, 유치하다는 얘기 많이 듣고, 어린애 취급을 받은 경험이 있어선지 그런 반응이 튀어나왔었다.

어린애 취급이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 하는 차별행위라는 것을 몰랐던 순간에도 이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장애계에서 일했던 시간 동안에, 그게 차별임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왕따’란 뜻의 영어 단어 Bully.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왕따’란 뜻의 영어 단어 Bully. ⓒPixabay
물론 그 사람은 내가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 것이라 했다. 그런 생각으로 한 얘기들을 계속 들으니 나중엔 어리다는 말이 좋아졌다. 지금은 얼굴이 어리다는 말이 좋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가긴 하나 보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이 이걸 읽으면 기분이 좀 안 좋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냥 순수한 의도로 웃거나, 내가 나이보다 젊어 보여 어리다고 말한 사람들에게 그런 반응을 보였던 나였기에, 사람들은 나에게 가벼운 말을 하거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두려웠다. 내가 피해의식을 갖고 방어벽을 치니, 사람들은 나에게 다가가기가 두려웠다. 그러다 보니 내 주위에 사람이 줄어들게 되고, 나는 그걸 경험했다.

소통방식에서 부족했고, 다른 사람의 의도를 물어보지 않고 먼저 함부로 판단한 건 나의 잘못이니,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런데 학창시절 괴롭힘과 어린애 취급을 받는 등의 차별을 경험한 나로선 피해의식을 떨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어떤 분들은 변명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노력해도 실제로 이걸 떨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걸 경험했기에 그렇다. 물론 지금으로선 차별이 줄어들기는커녕 많아지기에 나부터라도 피해의식 떨치려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게 필요한 현실에 놓여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 삶을 위해 나의 노력이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주변 사람들 등 이 사회가 장애인, 성 소수자 등을 차별·혐오하는 것이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 노력하는 게 병행될 때 피해의식을 궁극적으로 떨치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할 때 피해의식이 사회구성원 각자 마음속에 더 이상 둥지를 틀지 못하게 되는 사회가 될 것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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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