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사망한 지적장애인 노동자 고 김재순 씨의 1주기를 맞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장애인 노동권을 다시금 촉구했다.

20대 지적장애인 노동자였던 고 김재순 씨는 지난해 5월 22일 광주에 위치한 A폐기물처리업체에서 홀로 파쇄기 청소 작업 중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 사고 당시 비상정지 장치인 리모컨도 없었고, 2인 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김 씨는 힘겨운 노동환경에 A업체를 퇴사했지만,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3개월 만에 재입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재 A업체 대표는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오는 28일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김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A업체에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중대기업처벌법 제정 투쟁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했으며, 지난 17일부터 광주지방법원에서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전장연은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후 30년이 지났지만, 장애인의 일자리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월등히 낮으며, 취업해 일을 하더라도 열악한 작업환경, 안정된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지만, 장애인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년간 법 적용이 유예된 것.

이에 전장연은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 및 법 취지에 맞는 시행령 제정 ▲작업장 내 장애인 노동자 노동환경 전수조사 실시 ▲최저임금법 제7조(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조항) 삭제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조재범 활동가는 "장애인들은 노동하기도 어렵지만 노동권을 갖기도 어렵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분들 한달에 일해도 20만원 받는다.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면서 "이동권에서 배제, 노동권에서 배제되고 장애인들은 죽어도 되냐. 장애인을 파리목숨처럼 여기는 이 사회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들의 노동이 제대로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활동가도 "장애인은 직업재활이라는 이름으로 보호작업장에서 일했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됐고, 노동하는 시민이 아니라 복지수급권자로, 손상 뿐 아니라 일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되는 현실"이라면서 "단순히 열악한 장소, 위험한 일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노동자가 일할 곳이 없는 것이 문제다. 장애인들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위해서는 돈 벌 권리가 중요하다. 안전하게 일할권리를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윤창출만 목적인 자본시장에서 중증장애인들은 근로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 이 사회속에서 장애인은 시설에서, 집구석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죽음의 노동을 넘어서 권리를 노래하는 노동으로 판데기를 갈아엎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장애인에게, 노동자에게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다 떠난 김재순 씨의 넋을 위로하며, 장애인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세상을 앞으로도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폐지를 비롯한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준수 시 처벌 강화 등 장애인 노동권 진작에 나서라. 더 이상의 비통한 죽음들은 없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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